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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결절에서 폐암수술까지

수술 당일, 수술실서 병실까지

by acejj 2023.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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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수술은 나이가 많은 순으로 스케쥴이 짜지기 때문에 30대인 내가 당연히 맨 마지막 순서가 되었다.

 

대기 중에 인턴이 와서 또 한 번 수술 부위와 담당 교수님을 물어보고 수술 동의서를 받아갔다. 종종 수술부위가 바뀌는 의료사고가 있어서인지 여러 차례 수술 부위와 담당의를 확인하는 듯 했다. 

 

수액 덕분에 금식 자체가 힘들지 않았지만, 수술을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했다. 오후 4시 10분쯤 드디어 수술실로 이동할테니 조금만 기다리라며 간호사분이 왔다가고, 곧 휠체어를 밀어주는 분이 왔다. 혼자 걸어갈 수 있었지만, 수술 대기실에 의자가 없기도 하고, 여러 이유로 꼭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듯 했다.

 

수술실 앞에서 신랑이랑 인사를 한 뒤 나는 수술 대기실로, 신랑은 보호자 대기실로 이동했다. 수술 대기실 안은 굉장히 넓었는데, 수술을 앞둔 사람들이 휠체어를 타고 드문 드문 앉아 있는 모습이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수술대기실 천장은 하늘색이었고, 앞에는 커다란 벽걸이 TV 두 대가 있어 대기 하면서 뉴스를 볼 수 있게 해놓았다. 대기실이 추웠기 때문에 의료진이 무릎 담요를 덮어주었고, 수술 중 호흡을 위해 기도삽관을 하기 때문에 흔들리는 치아가 없는지 확인을 했다. 그리고 곧 수술실로 옮겨졌다. 

 

보호자 대기시에는 환자의 진행 상태를 알려주는 전광판이 있다. 수술이 시작되면 전광판에 "OOO 님의 수술이 시작되었습니다. 보호자분은 대기실에서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라고 안내가 뜨고, 환자가 현재 어느 단계(수술실, 회복실, 병실 이동)인지도 안내해 준다. 또한 수술이 끝나면 문자로 알려줘 신랑이 이 시스템에 대해 굉장히 만족해했다. 

환자의 현황을 알려주는 전광판. 신랑이 내가 수술실 들어간 직후에 찍어서 가족들에게 보내주었다.

흉강경 수술이라 모니터가 많았고, 수술대 위에 직접 올라갔다. 수술대에 누우니 인공호흡기? 같은걸 씌워줘서 이걸로 마취를 하는건가? 싶었는데 "이제 마취약 들어갑니다. 뻐근해요~" 라는 말을 듣고 바로 기절했다. 그리고 회복실에서 눈을 떴는데,

 

이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통증이 느껴졌다.

 

치질 수술, 출산도 모두 경험했고, 통증을 굉장히 잘 참는 편인데도(객관적으로 의사들도 인정했다.) 눈을 뜨니 헉!! 하는 아픔이 사정없이 몰려들었다. 옆구리 쪽에 신경이 많이 모여있고, 또 숨을 계속 쉬니까 그쪽 근육을 움직이게 되어서 아픔이 심한 편이라했는데 이건 정말... 예상을 뛰어넘는 통증이었다. 결국 추가로 진통제를 몇 번 투여한 이후에 간신히 참을만한 통증으로 줄어들었다.

 

그렇게 조금 더 회복실에 있다가 산소호흡기? 를 빼고 회복실 밖으로 나갔다. 일반적으로 수술 종료 뜬 뒤 1시간 정도 회복실에 있는다고 했는데, 나는 1시간 반이 넘어가도 나오질 않아서 걱정했다고 신랑이 나중에 알려주었다. 

 

수술 전날 2인실로 병실 변경을 신청했기 때문에 수술 후 2인실로 들어갔다. 꽤 심한 통증이 하루 이상 갈테니 통증이 심해지면 참지 말고 적극적으로 진통제를 사용하라고 했다. 나는 무통주사를 투입하면 구역질이 나서, 먹는 진통제와 주사 진통제로 버텼다. 

 

옆구리에 꼿혀있는 흉관은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았다. 설 연휴라 최소한의 의료진만 남아서 진료 중이다 보니 수술 결과도 밤 9시 반이 넘어서 전문의가 와서 얘기해 주었다. 수술은 잘 되었으나 예상대로 암세포는 발견되었고, 확실한 병기는 조직검사 결과 후 나오기 때문에 첫 외래시 확정된다고 했다. 이미 각오하고 있어서인지 딱히 아무 생각이 안들고 그저 아프기만 했다.

 

어차피 밤 12시가 넘어야 금식이 풀리기도 하고, 식욕도 없어서 끙끙거리면서 잠을 청했다. 아픈 와중에도 드디어 수술이 끝났다는 생각에 마음은 참 홀가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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