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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결절에서 폐암수술까지

흉관제거 후 퇴원까지

by acejj 2023.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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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차부터 통증은 빠르게 좋아졌으나, 나름 열심히 걷는데도 도무지 흉수통의 공기방울이 사라질 생각을 안했다. 조급한 마음에 3일째부터는 매일 아침 의사 회진 때마다 "저 언제 흉관 제거 가능할까요?" 를 물었으나 내 맘도 모르고 흉수통에서는 뽀글뽀글... 공기방울이 올라오곤 했다.ㅠㅠ 

 

그래도 시간이 가서 드디어 5일째 아침에 흉관 제거 허락을 받았다. 사실 그때도 전문의(집도해주신 교수님이 장기 휴가를 가셔서 입원 기간 동안은 봴 수 없었다.)가 살짝 고개를 갸웃갸웃 하긴 했으나, 제거 쪽으로 결정을 한 듯했다. 흉관 제거 후 오늘 퇴원 시켜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엑스레이 촬영 후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가능하다 해서 얼마나 기뻤는지! (물론 앞에 글에 쓴것처럼 복병이 있었음.) 

 

오후에 인턴분이 흉관 제거를 해주러 오셨다. 흉관을 뺄 때 호흡을 하면 공기가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숨을 참고 있으라고 한다. 순식간에 흉관을 휙, 빼고 수술 부위에 의료용 본드를 발라준 뒤 끝. 생각보다 전혀 아프지 않아서 신기했다.

 

그리고 언제 퇴원 할 수 있냐고 물어보니 설 연휴라 그나마 한 분 계시는 교수님도 긴급 폐이식 수술로 자리를 비우셔서 저녁 8시는 되어야 가능할꺼 같다며 내일 퇴원하는게 나을꺼 같다고 권유했으나, 늦어도 상관없으니 퇴원처리를 부탁하고 짐 정리를 시작했다. 

대충 짐 정리를 하고, 흉관 제거 후 상태 확인을 위해 엑스레이를 찍고 왔다. 그리고 커피를 사러 나가는데 이상하게 침을 삼킬 때 목에 통증이 느껴졌다. 기도가 붓는 느낌이랄까. 처음에는 감기인가, 싶었는데 점점 더 통증이 쇄골쪽? 까지 이어져서 손가락으로 눌러보니... 피부 밑에서 진짜 무슨 뽁뽁이 느낌으로 공기가 뽀그락 뽀그락하는 소리가 들렸다;;

 

급하게 간호사분께 여쭤보니 "아... 폐에서 공기가 샌거 같네요. 의사선생님 불러드릴게요."  공기가 샌다고? 엄청 당황하고 있는데 흉관제거 해준 인턴분이 와서 엑스레이 찍은걸 보더니 깊은 한숨과 함께

 

"어차피 오늘 퇴원이 안되는거였네요. 고농도 산소를 호흡하면 공기가 흡수(?) 되니 산소 치료를 하고, 경과를 봐야해요." 

"그럼 내일도 퇴원이 될지 안될지는 모르는거네요?"

"그렇죠. 우선은 산소치료를 해보고 내일 오전에 한 번 더 확인을 해야합니다."

저 빨간 동그라미 부분과 수술한 옆구리를 누르면 뽀그락거리는 느낌이 손끝에서 느껴진다;;

내가 너무 상심하니 담당 간호사분이 엑스레이를 보며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다. 폐의 잘라낸 부분에서 공기가 샌거고, 공기는 가볍기 때문에 당연히 위로 올라간다. 그러다 목 근처까지 오면 더이상 올라갈 수 없기 때문에 쇄골과 기도쪽으로 모이게 되어, 그 공기방울들이 신경을 눌러 통증이 생긴다고 하였다.

 

결국 나온 공기방울이 모두 흡수되고 폐에서 새로운 공기방울이 안나와야 하는데, 오늘 밤 산소 치료하면 확 좋아질 수도 있으니 열심히 호흡하라며 얘기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퇴원 불가 소식을 들은 애는 이미 울고불고 난리가 났고, 그때부터 어떻게든 내일은 퇴원을 해야한다!!는 일념으로 정말 계~~속 산소 호스를 코에 꽂고 깊은 호흡을 했다. 심지어 산소통 끌고 다니면서 밤 늦게까지 걷기 운동도 하고 잠도 앉아서 호흡기를 꽂고 잤다. 

 

그림처럼 고농도 산소를 코에 끼고 최대한 많이 호흡했다.(그림출처 : 픽사베이)

그리고 대망의 다음날!! 밤새 한 산소 치료가 효과가 있었는지 물을 마시니 목이 안아팠다. 그래도 아직 폐에서 공기가 새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새벽에 찍은 엑스레이 결과를 조마조마하게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폐도 충분히 펴지고 공기도 안샌다며 퇴원 허락이 떨어졌다! 각종 결제를 하고, 약을 받고(약의 양이 많아서 설명 듣는데도 시간이 꽤 걸린다.), 퇴원 후 생활에 대해 간호사분께 안내 받고 병원을 나섰다.

 

작년 9월부터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해 알아 볼수록 어라? 이거 뭐지..? 싶었던, 결과적으로 암세포를 가지고 있었던 내 폐결절은 이렇게 깔끔히 제거되었다. 병원을 나오면서 얼마나 홀가분했던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꽤 업무 강도가 높은 곳에서 일하고, 애 보고 하느라 내 몸 챙기기에는 소홀했는데 깊은 반성의 시간도 함께 가질 수 있었다. 폐결절은 떼어냈으니, 이제 건강해질 일만 남았다.ㅎㅎ

 

안녕! 고마웠던 삼성병원!

신랑이 밤에 찍은 삼성병원. 앞으로도 종종 올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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